600년 중구 보건의료 역사 찾는다

동의보감으로 유명한 허준이 내의원 의원으로 근무하며 살던 곳이 바로 지금의 중구 중림동이다. 이곳은 조선시대 장안에 약을 공급한 약초밭이 있어 약전중동(藥田中洞)이라 불리기도 했다. 중림동은 약전중동(藥田中洞) 가운뎃 말과 한림동(翰林洞)에서 각각 한글자씩 따온 이름이다.

한때 허준이 일하기도 했던 혜민서(惠民署)는 조선시대 의약과 서민들의 치료를 맡아보던 곳이다. 조선 태조때인 1392년, 고려의 제도를 계승해 설치되었다. 1466년 혜민국에서 혜민서로 개칭되었다. 현재 중구 을지로2가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4번 출구 쪽에 있는 한 페인트상가 앞에 표지석이 남아 있다.

1882년 혜민서가 폐지된 후 그 역할을 대신한 것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국립병원인 제중원(濟衆院)이다. 1885년 미국 선교사 알렌에 의해 설립된 제중원의 최초 명칭은 광혜원(廣惠院)이었다. 처음에는 지금의 헌법재판소 자리에 있었으나 진료 업무가 늘어나자 1886년 현재의 중구 을지로2가 외환은행 본점 자리로 이전했다.

중구(구청장 최창식)가 이런 혜민서와 제중원 등의 역사 기록을 수집해 정리하는 '중구 보건의료 e-아카이브' 사업을 추진한다.

곳곳에 흩어져 있는 600년 이상된 중구의 보건·의료 역사 흔적을 한데 모아 역사적 의미를 재조명하고, 보건소를 이용한 주민들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모아 스토리텔링화 하여 건강도시사업이나 의료관광 등 보건사업 아이템 발굴에 활용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 사업은 정부의 2015 창조건강도시사업에 선정돼 추진하는 것으로 66년 역사의 중구보건소가 있는 중구만 할 수 있는 프로젝트다.

중구보건소의 전신은 1949년 묵정동에 설치된 묵정보건소로 1962년 9월, 보건소법이 전면 개정되어 서울특별시와 각 시, 군에 지방보건소가 설치되기에 이르렀다. 보건소가 지방보건행정기관으로 확립되어 보건사업을 관장하는 기관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를 위해 전문연구자와 홍보전문가를 선정하여 문헌을 중심으로 한 시대별 보건의료와 관련된 장소, 인물, 사건자료 등을 수집할 계획이다. 현지 조사를 통한 사진자료 등도 확보할 예정이다.

약초 밭이 있어 '약전계(藥田契)'라 불렸던 만리동, 광해군때 시행된 대동법을 관리하기 위해 설치된 선혜청(宣惠廳) 등이 대상이다.

제중원이 성공적으로 운영되자 새로 부임한 에비슨이 미국인 세브란스로부터 병원 설립 기금 4만5천달러를 기부받아 현재의 서울역 건너편 연세세브란스빌딩 자리에 세운 '세브란스 병원', 1936년 명동성당 옆에 들어선 '명동성모병원'(현 여의도성모병원), 경성의학전문학교 백인제 교수가 1932년 중구 저동에 세운 '백병원', 스칸디나비아 3국의 지원을 받아 1958년에 설립된 국립중앙의료원 등도 대상이다.

또한 중구보건소를 이용하면서 경험했던 감동적이거나 재미있었던 주민들의 이야기는 8월말까지 모집할 계획이다. 글쓰기에 자신없는 분들을 위해서는 전문가들이 직접 방문해 구술하는 것을 기록으로 정리한다.

중구는 중구보건소 홈페이지에 'e-역사관'을 만들어 전문가가 만든 중구보건의료 역사와 주민이 쓴 보건소 스토리텔링을 게시할 계획이다.

이렇게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걷기코스 개발은 물론 의료관광사업 상품 개발, 중구보건소 주민의료사업 아이템 개발 등 지역경제 활성화와 연계한 다양한 사업 아이디어로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