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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우리동네 전봇대 분양 ‘헬로 마이폴(Pole)’

  • 분류
    도시
    담당부서
    청구동 행정민원팀(3396-6808)
    보도일
    2017.07.20
    작성자
    신성영
    조회수
    238

우리동네 전봇대 분양 ‘헬로 마이폴(Pole)’

중구 청구동 주택가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청구로 3길. 이 골목길에 있는 전봇대들은 팔자에 없던 호사(?)를 누리고 있다.

지난달부터 거리의 패션리더 뺨칠 멋진 옷들을 걸치기 시작한 것. 웃거나 찌푸린 얼굴,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얼굴, 귀여운 고양이 등이 디자인 된 옷이나 지나가는 행인에게 불쑥 말을 붙일 것처럼 말풍선을 단 옷 등 전봇대마다 넘치는 개성을 뽐내며 골목에 신선함을 불어넣고 있다.

이렇듯 평범한 주택가 골목이 색다른 골목으로 변신하게 된 데는 중구(구청장 최창식)에서 추진한 전봇대 분양사업 ‘헬로 마이폴(pole)’ 이 있었다.

헬로 마이폴은 청소년들이 전담 관리할 전봇대를 지정받아 옷을 입히고 주변을 깔끔하게 가꾸는 사업이다. 골목 환경도 개선하고 마을에 대한 청소년들의 관심과 애정을 유도하자는 취지다.

현재 총 18개 전봇대가 29명의 청소년들에게 분양된 상태다. 그리고 이들에게 동기부여가 되도록 활동한 시간만큼 자원봉사를 인정해 주고 있다.

이 사업은 몇몇 골목주민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주민 삶에 없어서는 안될 귀중한 전기를 실어주는 전봇대지만 요란하게 붙어있는 전단지와 쓰레기 탓에 골목을 어지럽히는 주범이 되기도 했다. 아무리 구청에 신고를 하거나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정비해도 그때뿐이었다.

고민 끝에 주민들은 전봇대에 옷을 입히기로 했다. 그러자 청구동주민센터에서는 인근의 신당봉제소공인 특화지원센터를 연결해 주었다. 기왕 입히는 옷, 전문가의 손길을 거쳐 제대로 만들어보자는 뜻에서다.

한번 아이디어가 현실화되니 다른 아이디어들도 꼬리를 잇듯 터져 나왔다. 그 중 좀 더 많은 주민들이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전봇대를 분양하자는 아이디어가 힘을 얻었고 청소년을 주체로 해보자는 의견이 덧붙여졌다.

여기에 전봇대를 의미하는 영어단어‘pole’를 사용해‘헬로 마이폴’이라는 깜찍한 명칭을 붙이자 사업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골목주민들이 모여 마이폴사업 주민협의체(리더 안영희)를 조직했고 청구동 청소년지도협의회의 젊은 엄마 파워에 힘입어 참여할 청소년들도 속속들이 모여 들었다. 청구동에서 마을공동체사업을 하고 있던 몇몇 직능단체들 합류했다.

특히 사회공헌활동에 관심이 높았던 청년예술가(프래그 스튜디오/이건희, 최현택, 조민정)들이 가세했고 신당봉제소공인 특화지원센터에서도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섰다.

그리하여 3~4월에는 사업설명회와 전봇대 배분, 아이디어 회의, 디자인 회의 등을 진행하였고 지난 달 3일에는 청구동주민센터 강당에서 청소년 참여자와 학부모, 주민협의체, 청년예술가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전봇대 옷을 만들고 각자의 전봇대에 입혀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 날 청소년들이 청년예술가들의 도움을 받아 만든 옷은 봉제소공인 특화지원센터로 보내졌다. 그리고 한 땀 한 땀 장인의 꼼꼼한 손길을 통해 세상에 하나뿐인 전봇대 옷으로 다시 태어나 주인 전봇대에게로 돌아갔다.

옷은 전봇대 하나당 3벌이 제작됐다. 나만의 얼굴 모양, 좋아하는 글귀가 담긴 말풍선, 자율주제 등 3가지 테마에 맞춰서다. 청소년들은 주기적으로 옷을 갈아입히고 세탁하면서 각자 맡은 전봇대를 관리하고 있다.

전봇대 주변은 언제 그랬냐는 듯 말끔해졌다. 쓰레기 무단투기도 전단지 불법 부착도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다. 멋드러진 전봇대 옷과 함께 자식 같은 학생들이 전봇대를 관리한다는 사실이 동네에 알려지면서 함부로 불법행위를 못하게 된 것도 한 몫 하고 있다.

중구는 9월경 마이폴 컨테스트도 열어 모범사례를 공유하고 우수 관리 청소년을 시상할 계획이다.


◆ 새로운 골목문화 창조사업 일환, 우수사례 발표회서 2위

구도심인 탓에 낡은 골목이 많은 중구는 다양한 골목문제를 주민 주도로 해결하면서 쾌적하고 질서 있는 골목환경을 조성하는 ‘새로운 골목문화 창조사업’ 을 집중 추진하고 있다. 청구동의 전봇대 분양사업 ‘헬로 마이폴’ 역시 그 일환이다.

불법주차, 쓰레기 무단투기, 물건적치, 불법광고물 등 일상적인 골목문제는 관 주도의 단속보다 주민 참여와 자율적 의식개선으로 풀어야 지속적인 효과가 있다는 데서 시작한 일이다.

주민들이 어떠한 골목문제에 공감대를 형성하면 먼저 골목협의체를 구성하고 목표와 자율 규약을 만드는 등 주민간 협의와 솔선수범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사업 시스템이다. 구는 사업설명회, 구역설정, 홍보 등 제한적 역할만 수행한다. 주민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서다.

중구는 2015년 하반기 다산동에서 시범 추진을 하면서 사업의 첫 발을 디뎠고 지난해부터는 중구 전역으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현재 15개동 102개 구역에서 쾌적하고 살맛나는 골목을 만들기 위해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지난 달 21일에는 사업을 전개한 이래 처음으로 우수사례 발표회도 열었다. 15개 동별로 골목협의체 리더가 나서 그동안의 활동내용, 갈등 해결사례, 노하우 등을 공개하며 달라진 동네 모습을 소개했다. 이 자리에서 헬로 마이폴 사업은 2위를 거머쥐었다.

재개발이나 지중화사업으로 서울에서는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전봇대. 어찌 보면 각박한 세상 속 이웃간 연결고리를 상징하는 것 같은 전봇대는 청소년들의 보살핌 속에 골목길 애물단지에서 마을의 매력 포인트로 거듭나고 있다.

최창식 중구청장은 “전봇대 분양은 주민들 스스로 골목의 문제점을 발견해 참여와 협력으로 풀어가자는 새로운 골목창조 사업의 가치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라며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다른 골목에서 해결의 모티브를 얻을 수 있도록 널리 전파하겠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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