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동 주민들이 안전중구에 나서

장충동에서 음식점을 하는 장전덕씨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밤 8시면 잠시 아내에게 카운터를 맡기고‘장충자방’(장충동자율방범대의 준말) 이란 네글자가 쓰인 형광색 조끼를 입는다.

그리고 자율방범대원인 동네 주민 8명, 파출소 경찰관 2명과 함께 장충동 먹자골목을 중심으로 외진 곳, 학교 주변 등을 순찰한다. 동네 상인들은 이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순찰중 만나는 주민들과도 안부 인사를 주고 받는다.

1시간 동안 순찰을 무사히 마치면 “오늘도 수고했습니다”하고 악수를 한 후 헤어진다.

이처럼 족발로 유명한 장충동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의 안전을 지키는데 앞장서 주폭을 몰아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장충동은 주택밀집지역의 이면도로가 좁고 골목이 많아 안전에 취약한 편이다. 남산과 장충단공원, 인근 동대문쇼핑타운을 찾는 다수의 유동인구로 주민의 주거 환경이 위협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게다가 장충단공원 등에서 생활하는 노숙 주폭(酒暴)과 인근 호프집을 떠돌며 술에 취해 무전취식을 일삼고 난동을 부리는 유흥가 주폭 등으로 상인들과 주민들이 불안을 느껴야 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이 안전한 중구와 안전한 장충동을 위해 직접 나섰다. 마을의 안전은 스스로 지켜야 된다는 생각에서다. 5월16일 주민자치위원장 등 동네 주민 41명으로 장충동자율방범대를 구성했다. 자율방범대는 모든 사항을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정하는 생활안전 거버넌스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처음에는 매주 3회에 걸쳐 순찰을 돌았으나 지금은 화요일과 목요일에 하고 있다. 월ㆍ수ㆍ금요일은 태광산업 자원봉사단과 장충동 10개 직능단체들이 담당한다. 토요일에도 순찰을 원하는 주민들이 많아 9월부터 장충동자유총연맹에서 빈집과 공사장, 위험시설물 등을 오전과 야간에 2차례씩 누비고 있다.

순찰은 오전(8~9시), 오후(2~3시), 야간(8~9시) 등 하루 3차례 이루어지고 있다.

순찰의 효율성을 위해 장충동 관할 파출소장과 순찰대원은 24시간 서로 연락이 가능하도록 휴대전화번호를 주고받으며 핫라인을 구축했다. 비상상황에 대비해 여자 상인들에게 호루라기 20여개를 나누어 줬다. 아이들과 학교 폭력에 대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 자율방범대원 자녀들이 아빠들과 함께 5월과 7월, 9월 등 3차례 순찰을 돌기도 했다.

5월부터 지금까지 공휴일을 제외하고 실시한 횟수만 모두 377회. 참여인원만 1천5백명에 달한다.

이렇게 장충동 주민들이 매일 방범활동에 나서고 경찰도 함께 뛰자 장충동 주폭들이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4월까지만 해도 장충파출소에 매달 접수된 주취 폭력신고는 8건 안팎이었으나 7월에는 5건, 8월에는 2건만 접수됐다. 10월에는 단 1건에 불과했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 10월 서울시 마을안전망 구축 사업에 선정되어 300만원의 지원금을 확보하였다. 앞으로 안전장충 실현을 위한 주민순찰대 운영과 재난 예방 사업, 기초질서 확립 및 주폭 추방을 위한 캠페인 실시, 안전불감증 해소를 위한 교육 사업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최창식 구청장은 “장충동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을 지키겠다고 나서 주폭들이 많이 사라졌다. 주민들의 자율적인 활동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구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