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느려도 열정은 뜨거운 커피 프린스

지난 해 9월 중구 중림동에 문을 연 중림종합복지센터 1층 한쪽에는 아주 특별한 카페가 있다. 바로 커피 전문점 \'카페다온\'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상쾌한 유니폼에 모자를 쓴 점원들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며 반갑게 맞는다. 얼핏 봐서는 분위기가 다른 카페와 별반 차이가 없지만 곧 주문을 받는 점원들의 말과 행동이 어눌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여느 커피 전문점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곳은 중구정신보건센터가 운영하는 정신장애인 직업재활훈련시설이다. 정신장애인들이 직접 커피와 음료를 만들고 판매하면서 바리스타 교육과 서비스 훈련을 체계적으로 실시하는 공간이다.

중구보건소와 중구정신보건센터는 유락종합사회복지관의 장애인재가복지센터와 협력해 정신장애등급이 있는 기초수급자를 대상으로 2012년부터 바리스타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해 5월부터 15회에 걸쳐 바리스타 기본교육을 진행하였고, 수료자들을 대상으로 9월부터 카페다온에서 현장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처음에는 14명이 있었지만 현재는 6명만 남았다.

채영준 씨도 그 중의 한명이다. 우울장애를 앓고 있는 채씨는 임대아파트에서 어머니와 살고 있다. 중구정신보건센터의 사례관리를 통해 바리스타 과정을 소개받았다. 세상이 나를 버린 것 같은 기분에 사람을 만나기 꺼렸던 채씨는 커피라는 새로운 친구를 얻었다.

“커피에 대해 잘 몰랐어요. 그런데 교육을 받으면서 관심이 생겼어요.”

주로 오전9시30분부터 오후1시30분까지 오전타임에 근무한다. 4시간 뿐이지만 일하는 내내 매우 바쁘다. 1천원에 아메리카노 1잔을 마실 수 있을 정도로 주변 프렌차이즈 커피 전문점보다 가격이 1/4에 불과해 카페다온을 찾는 사람들이 꾸준하기 때문이다.

초창기에는 하루 평균 50잔(9월)을 팔았는데 지금은 90잔(12월)으로 두배 가까이 늘어났다.

대부분 중림종합복지센터내 중림종합사회복지관과 보건분소, 중림동주민센터 프로그램 이용자들이다. 북카페도 겸하고 있어 가족 단위 손님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커피 만드는게 약간 서툴러도 손님들이 책을 보며 기다려주세요. 매일 찾아오는 분들도 많아 이젠 단골까지 생길 정도에요.”

카페다온은 중구정신보건센터의 현상호 사회복지사 등 2명이 번갈아 나오며 카페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다. 현상호 사회복지사는 손님들과 눈을 마주 치지도 못했던 채씨가 바리스타 교육을 통해 몇 개월 사이에 단골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많이 호전되었다고 한다.

“아직도 모든 정신장애인들을 정신병자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가벼운 증세는 치료를 받으면 괜찮다고 해요. 그런 면에서 카페다온이 정신장애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는 공간으로 안성맞춤이죠.”

채씨는 근무시간 외에 바리스타 자격 시험 공부를 하고 있다. 아쉽게 지난 해 12월 1차 필기시험에 불합격했지만 다시 도전하겠다는 열의를 불태우고 있다.

현장교육과정이 6개월이라 이들은 2월까지 카페다온에서 일하게 된다. 그 이후에는 바리스타과정 2기생들이 자리를 메꾼다.

채씨의 새해 소망은 소박하다.

“공부도 쉽지 않네요. 하지만 열심히 하면 꼭 합격되겠죠. 자격증 취득해서 커피전문점에 취직해 엄마한테 첫 월급 갖다 드릴거에요.”